
모든 것을 잃어버린 75세, 하나님은 그때 그를 부르셨다
자식도 없고, 미래의 소망도 보이지 않던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창세기 11장 30절은 그의 상황을 짧지만 냉정하게 말합니다. "사래는 임신하지 못하므로 자식이 없었더라." 자식이 없다는 것은 그 시대에 현재의 기쁨도, 미래의 소망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로 그 지점에서, 그러니까 인간의 노력이 완전히 바닥난 자리에서 아브라함을 부르셨습니다.
요즘 신앙생활, 문득 이런 생각이 드신 적 없으신가요?
"내 인생은 이미 늦은 것 같은데, 하나님이 지금 나를 쓰실 수 있을까?"
"최선을 다했는데도 길이 안 보이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믿어도 될까?"
"믿음으로 순종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포기하는 것일까?"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3,800년도 더 된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마지막이 하나님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금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신앙의 지도입니다.
이름에 담긴 두 가지 정체성 -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창세기 17:5)
아브라함은 갈데아 우르에서 데라의 아들로 태어난 셈 계통의 사람이었습니다. 형제로는 하란과 나홀이 있었고, 아내 사래는 그의 이복 사촌 여동생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그를 부르셨을 때 그의 이름은 아직 '아브람'이었습니다. 그리고 99세가 되었을 때, 하나님은 언약을 새롭게 하시며 이름을 바꿔 주셨습니다.
| 이름 | 의미 |
| 아브람 | 고귀한 아버지 |
| 아브라함 | 많은 무리(여러 민족)의 아버지 |
| 사래 → 사라 | 열국의 어미 |
| 이삭 | 웃음 |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은 단순한 개명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의 정체성과 운명을 다시 규정하셨다는 뜻입니다. 자식 하나 없던 노인에게 '많은 무리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주신 것, 이것이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고향을 떠나라는 명령 - 소명은 언제나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시작된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창세기 12:1)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75세, 사라는 65세였습니다. 아브라함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그 마지막에는 기쁨도 소망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은 그를 부르시고 소명을 주셨습니다. 우리의 마지막이 곧 하나님의 출발이라는 사실을, 아브라함의 인생 첫 장면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여 하란을 떠났습니다(창 12:4). 반면 조카 롯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아브라함을 따라간 것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훗날 두 사람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며 구체적인 복을 약속하셨습니다(창 12:2-3).
① 내가 너를 큰 민족을 이루고
②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③ 너는 복이 될지라
④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⑤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⑥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이 언약은 이후 세 번 더 확인되며 심화됩니다.
| 본문 | 내용 |
| 창세기 12:1-3 | 3복 - 민족, 이름, 복의 근원 |
| 창세기 13:14-17 |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많아짐 |
| 창세기 15:5 | 자손이 하늘의 별같이 많아짐 |
| 창세기 17:17 | 개명과 할례, 영원한 언약 |
| 창세기 22:17 | 별과 해변의 모래 같은 후손 |
애굽에서의 실패 - 믿음의 사람도 넘어질 수 있다
가나안에 흉년이 들자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 없이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바로에게 아내 사래를 누이동생이라 속였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아내를 위험에 내어준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아브라함은 뼈아픈 교훈을 배웁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은 세상적인 방법과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실수를 하고도 하나님을 향해 섬김의 태도를 지킨 사래의 모습입니다. 남편의 연약함까지도 끌어안는 사래의 신앙 역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롯과의 이별 - 포기할 때 하나님이 시작하신다
아브라함과 롯의 재산이 늘어나면서 두 사람의 목자들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장자권을 가진 아브라함은 얼마든지 먼저 좋은 땅을 선택할 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선택권을 롯에게 양보했습니다. 롯은 물이 넉넉한 요단 지역, 곧 소돔 쪽을 택해 떠나갔습니다.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내가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
(창세기 13:15-16)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은 바로 그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더 큰 약속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이 땅에서 하늘의 것을 성취하는 방법은, 내가 포기할 때 하나님이 시작하신다는 원리입니다.
믿음이 의로 여겨지다 - 로마서 4장
75세에 자식이 없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상속자를 다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는 종 엘리에셀이 상속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창세기 15:5)
그리고 이어지는 한 구절이 성경 전체 구원론의 뿌리가 됩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창세기 15:6)
이 구절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로마서 4장에서 바울은 이 사건을 근거로,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된다는 복음의 핵심 원리를 설명합니다.

모리아 산의 시험 - 순종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때 완성된다
믿음의 시험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자기 욕심에 이끌려 넘어지게 하는 유혹(Temptation),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허락되는 훈련 과정으로서의 시련(Trial),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 믿음의 진위를 확인하시는 시험(Test)입니다. 창세기 22장의 사건은 세 번째, 곧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확인하시는 시험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토록 오래 기다려 얻은 외아들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번제로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지만, 아브라함은 순종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창세기 22:8)
숫양은 언제 예비되었을까요? 아브라함이 실제로 이삭을 잡으려고 손을 든, 바로 그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끝까지 믿음을 지킬 때, 하나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역사하십니다.
아브라함의 마지막 - 175년의 생애, 그리고 남긴 것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헤브론 근처 막벨라 굴을 사서 매장지로 삼았습니다(창 23장). 이후 그는 이삭의 신부를 택할 때, 가나안 여인이 아니라 자기 고향 족속에서 데려오게 했습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여인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여인, 곧 믿음의 자손을 택한 것입니다.
참고로 훗날 솔로몬은 이 원칙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략결혼으로 후궁 700명, 첩 300명을 두었고 이방 아내들의 우상 숭배를 허용한 결과, 나라는 그의 사후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맙니다(왕상 11:3). 아브라함이 지켰던 원칙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아브라함은 후처 그두라에게서도 자녀들을 얻었지만, 모든 소유를 이삭에게 물려주고 175세에 세상을 떠나 사라 곁, 막벨라 굴에 함께 묻혔습니다(창 25장).
신약이 말하는 아브라함 - 믿음의 계보는 지금도 이어진다
신약성경은 아브라함을 단순한 역사 인물이 아니라 믿음의 원형으로 다룹니다.
"아브라함이나 그 후손에게 세상의 상속자가 되리라고 하신 언약은
율법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요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것이니라"
(로마서 4:13)
갈라디아서에서 바울은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이 아니라 믿음이며, 그것이 아브라함이 가졌던 것과 동일한 믿음이라고 강조합니다(갈 3:6-29). 그리고 야고보서는 아브라함을 "하나님의 벗"이라 부릅니다(약 2:23). 사도행전 7장에서 스데반은 그의 소명이 하란이 아니라 이미 갈데아 우르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음을 증거합니다.
강의 자료
나는 지금, 아브라함처럼 걷고 있는가?
✅ 결과가 안 보여도 떠날 수 있는가
아브라함은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순종하여 떠났습니다(히 11:8). 지금 내 순종은 목적지가 분명히 보여야만 시작되는 순종은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 내 권리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브라함은 먼저 선택할 권리가 있었음에도 롯에게 양보했습니다. 손해처럼 보이는 그 순간이 오히려 하나님이 일하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믿음이 의로 여겨진다는 원리를 붙잡고 있는가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는 이 원리(창 15:6, 롬 4장)는 지금도 신앙생활의 출발점입니다.
💡 오늘의 묵상 질문
✅ 나는 지금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는가?
✅ 내 권리와 유익 앞에서, 나는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 내 신앙의 근거는 나의 행위인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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